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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상상 너머 실제 블랙홀 통해 본 강력한 중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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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05-14 조회3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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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나 천문학에 딱히 관심 없는 소중 친구들도 블랙홀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을 텐데요. 지난 4월 10일 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뿌옇게 번진 붉은빛 도넛 모양이 찍힌 사진 한 장에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뭘까요. 블랙홀은 어떻게 촬영했으며, 과연 블랙홀이란 무엇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섰습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권소윤(성남 초림초 5)·김가영(용인 신봉초 5)·김윤수(경기도 내정초 4) 학생기자, 자료=한국천문연구원·NASA 
 
봄부터 초여름 사이, 남쪽 하늘에는 처녀자리가 보입니다. 처녀자리와 사자자리·머리털자리 사이에는 수많은 외부 은하가 있어요. 흔히 처녀자리 은하단이라고 불리는 이 은하단에는 약 2000개의 은하가 속해 있죠. 그중 가장 큰 은하로 꼽히는 게 메시에87(M87)이에요. M87은 타원형 은하로 수조 개의 별과 1만5000여 개의 구상성단(수만~수백만 개의 별이 공 모양으로 밀집한 성단)을 포함하죠. 참고로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는 수천억 개의 별과 150여 개의 구상성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1781년 찰스 메시에가 발견한 이 은하의 중심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합니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날아가야 하는 거리) 떨어져 있고 무게는 태양의 65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로, 사상 최초로 촬영된 주인공이죠. 블랙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서울 노원우주학교로 출동한 권소윤·김가영·김윤수 학생기자는 먼저 플라네타륨(천체투영실)에서 M87의 위치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고박사의 한 발짝 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궁수자리(Sgr) A*는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로 지구에서 불과 2만6000광년 떨어져 있다. 찬드라 X선 관측선이 약 35일에 걸쳐 관찰한 모습으로, 가운데 빛나는 부분이 Sgr A*다. [NASA]

궁수자리(Sgr) A*는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로 지구에서 불과 2만6000광년 떨어져 있다. 찬드라 X선 관측선이 약 35일에 걸쳐 관찰한 모습으로, 가운데 빛나는 부분이 Sgr A*다. [NASA]

거의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태양 질량의 수십만~수십억 배에 이르는 가장 큰 블랙홀이에요. 주위에 가스나 항성이 풍부하면 이로부터 물질을 빨아들이며 강한 빛과 제트를 분출하기도 하지만, 다 빨아들인 후엔 조용히 머무르죠. 초대질량 블랙홀은 상대적으로는 크기가 작은 천체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관측이 불가능했어요.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는 그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무거운 블랙홀일수록 그림자도 더 커집니다. M87의 블랙홀은 거대한 질량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덕분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블랙홀 그림자 중 하나로 꼽혔고, 이번에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죠. 우리은하에선 궁수자리 A*이 초대질량 블랙홀로 추정됩니다. 

 
  

 

 
관측 가능한 블랙홀 어디에 있나

 
천체투영실 천장의 돔 스크린에 오늘 밤 9시경 하늘이 나타나자 남동쪽 하늘에서 처녀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죠. 처녀자리의 오른쪽 어깨 위쪽 부근에 M87의 위치를 짚어준 이수미 교사가 시간을 돌리자 처녀자리가 점차 서쪽으로 이동했어요. 세 학생기자는 처녀자리 외에도 큰곰자리며 사자자리 등 저마다 눈에 띈 별자리들을 말하기 시작했죠.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한 M87은 처녀자리의 오른쪽 어깨 위쪽에서 찾을 수 있다.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한 M87은 처녀자리의 오른쪽 어깨 위쪽에서 찾을 수 있다.

처녀자리가 지고 나면 여름 별자리인 백조자리가 떠오르는데요. 지구로부터 61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에 있는 X-1은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블랙홀로 꼽힙니다. 현대 이론물리학의 스타 학자인 스티븐 호킹과 킵 손이 블랙홀이냐 아니냐를 두고 내기를 했던 천체기도 하죠. 1974년 X-1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데 걸었던 호킹은 1990년 패배를 인정했어요. 호킹은 아는데, 킵 손은 처음 들어봤다고요. 블랙홀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으로도 알려진 킵 손은 중력파 연구로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어요.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죽을 때, 자신의 중력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수축(중력붕괴)하며 만들어집니다. 표면의 중력이 아주 강해 그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탈출속도)의 크기가 광속보다도 큰 천체죠. 즉 블랙홀에선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별이 폭발하면 그 에너지는 방출될 것 같은데, 어떻게 빨려 들어가는 힘이 계속 강력하게 존재하는지” 윤수 학생기자가 의문을 표시하자 소중 학생기자단의 블랙홀 탐사를 이끄는 이정규 노원우주학교 관장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정규(왼쪽에서 셋째) 노원우주학교 관장을 만나 블랙홀에 관해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정규(왼쪽에서 셋째) 노원우주학교 관장을 만나 블랙홀에 관해 알아봤다.

“자, 별을 생각해 볼까요. 별은 중심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원소를 만들어내죠. 이때 많은 열과 빛, 밖으로 미는 힘이 생겨요. 이 힘과 가운데로 누르는 힘인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죠. 오랜 세월 다양한 핵융합 반응을 거쳐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중심에 철이라는 핵이 만들어져요. 그럼 더 이상 원소가 만들어지지 않게 되고, 밖으로 미는 힘 또한 사라지면서 균형이 깨지죠. 중력만 작용하게 되니 갑자기 훅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중심에 단단한 철과 부딪혀 폭발하게 되죠. 이때 별의 질량에 따라 중성자별이 되기도 하고 블랙홀이 되기도 해요. 보통 질량이 태양의 3배 이상이면 블랙홀이 되죠. 핵이 수축을 계속해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이 생기면 블랙홀이 만들어져요. 한마디로, 중력 때문에 강력한 힘이 생기는 거예요.”
블랙홀은 중력의 힘이 너무 강해서 빛의 속도보다도 탈출속도가 커서 빠져나갈 수 없는데요. 탈출속도가 커지려면 질량에 비해 크기가 아주 작아야 해요. 예를 들어 지구 표면의 탈출속도를 광속 정도로 만들려면 반지름을 약 9mm로, 태양의 경우는 약 3km 정도로 압축하면 됩니다. 이 반지름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슈바르츠실트의 해를 따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하죠. 특정 거리 이상이라면 블랙홀 근처에 가도 빠져나올 수 있고, 더 접근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거예요. 별의 반지름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작아져 내부에서는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게 되는 경계면을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합니다. 블랙홀과 바깥세상의 경계면이죠.
허블망원경으로 관찰한 M87. 은하 중심에서 물줄기가 뻗어 나오듯 물질이 강하게 분출되는 현상인 제트는 블랙홀의 또 다른 증거로도 꼽힌다. [NASA, ESA,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허블망원경으로 관찰한 M87. 은하 중심에서 물줄기가 뻗어 나오듯 물질이 강하게 분출되는 현상인 제트는 블랙홀의 또 다른 증거로도 꼽힌다. [NASA, ESA,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고개를 갸우뚱한 가영 학생기자도 질문했죠. “블랙홀의 질량이 지구만 하다면 크기가 탁구공 반만 하다는데, 블랙홀의 질량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이정규 관장은 땅 위에서 점프하는 것을 예로 들었죠. “여러분이 아무리 높이 뛰어도 중력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죠. 만약 중력이 작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하늘로 올라가면 어떨까요. 지구를 벗어나겠죠. 이 탈출속도는 지구 질량에 따라 정해져요. 지구 탈출속도는 초속 11.2km 정도인데, 뉴턴의 중력이론과 역학적 에너지 법칙을 통해 이를 계산하는 공식을 찾아냈죠. 천체가 무거우면 중력도 강해지고, 탈출속도도 커져요. 탈출속도는 천체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이를 응용해서 질량을 계산할 수 있어요. 블랙홀의 겉보기 크기는 질량에 비례하고, 지구와의 거리에 반비례하죠. 관측을 통해 블랙홀 주변 가스의 속도를 구하면 블랙홀 질량을 계산할 수 있죠.” “이번에 촬영한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보다 65억 배 무겁다고 한 게 그래서였군요.” 가영 학생기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블랙홀을 관측하고 촬영한 방법은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을 어떻게 관측하고 촬영할 수 있었을까요. 물음을 던진 소윤 학생기자는 사진으로 본 게 정확한 모양이 맞는지도 궁금해했죠. “그렇죠. 빛까지 빨아들이면 안 보여야겠죠. 블랙홀 자체가 아닌 주변의 빛과 그 그림자를 본 겁니다. 블랙홀 주변을 지나는 물질들은 블랙홀에 빨려들게 되는데, 너무 빠르게 빨려들면 마찰 때문에 빛이 나게 돼요. 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강해 사건 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게 만들죠. 그래서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아요. 이로 인해 드러난 블랙홀의 윤곽을 우리가 본 거죠.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해요. 이번엔 그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는 블랙홀을 골라 관측한 겁니다. 전파로 관측한 것은 색이 없는데,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붉은색을 입힌 거죠.”  
2017년 4월 5일부터 4일간 관측하고 2년에 걸쳐 분석해 완성한 블랙홀의 모습. 한쪽으로 기울어진 고리 형태다. [EHT]

2017년 4월 5일부터 4일간 관측하고 2년에 걸쳐 분석해 완성한 블랙홀의 모습. 한쪽으로 기울어진 고리 형태다. [EHT]

눈으로 볼 수 없는 블랙홀 관측을 위해 사용된 건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입니다. 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6개 대륙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사건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을 만들었죠. 여러 대의 망원경으로 동시에 하나의 천체를 관찰해 망원경 사이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한 거예요. 8개 전파망원경이 각자 전파 신호를 포착하고 이 신호들을 가상의 망원경 초점에서 모아 1.3mm 파장 대역에서 이전에 없던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춘 겁니다. 이를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라고 하죠. EHT의 공간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의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예요.  

 
고박사의 한 발짝 더- EHT 프로젝트

 
고박사의 한 발짝 더-EHT 프로젝트

고박사의 한 발짝 더-EHT 프로젝트

우리가 지금까지 본 블랙홀 이미지는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상입니다. 이를 직접 관측하는 프로젝트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은 번역하면 ‘사건 지평선 망원경’으로, 사건 지평선이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면이에요. 물질이나 빛이 외부에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선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경계죠. 어떤 물질이 사건 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하면 사건 지평선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죠.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의 그림자(Black Shadow)예요. 사건 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데요. 이 회전하는 원반 중 관측자 쪽 모서리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모서리보다 밝게 보이죠. 이를 관측하기 위해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 8개를 하나로 연동해 지구 크기의 거대 망원경처럼 활용했어요.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 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죠. 또 M87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지름이 약 400억km에 달하며, 블랙홀의 그림자 지름이 1000억km라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은 '포웨히'라 이름 붙여졌죠.


 
비록 망원경들이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각 망원경에 기록된 자료는 원자시계를 통해 매우 정밀하게 동기화할 수 있어요. 각각의 망원경은 하루에 약 350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자료들을 저장했는데, 차후 영상으로 결합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선 8명의 연구자가 동아시아관측소(EAO)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과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참여했고, 한국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이에 기여했습니다.  
소년중앙-EHT 프로젝트

소년중앙-EHT 프로젝트

“지금까지 블랙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이유가 뭔가요? 만약 이번에 더 큰 망원경을 이용했다면 더 정확한 모양을 찍을 수 있었을까요?” 소윤 학생기자가 이어서 질문하자 이정규 관장은 맞다고 대답했죠.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나 될 정도인데 크기가 엄청 작은 거예요. 그래서 큰 망원경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아침에 학교 가기 전 거울을 본다고 해요. 전신 거울을 봐도 되지만 작은 거울을 여러 개 써도 되죠. 이때 작은 거울이 많을수록 추측이 쉬워지죠. EHT의 경우 맑은 날 동시에 볼 수 있는 게 중요했어요.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를 사용해 시간을 맞추고 각각 관측한 자료를 모아 2년에 걸쳐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정말 복잡한 계산 과정을 통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죠.”  
지구보다 큰 망원경은 어떻게 만들지 윤수 학생기자도 궁금해했어요. “쉬운 방법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망원경을 연결하는 게 있죠. 전파를 모으는 능력이 커지고 민감도가 높아져 더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2020년까지 적어도 3개의 망원경이 더 EHT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해요. 또 우주 공간에 망원경을 띄워서 연결하는 방법이 있죠. 예를 들면 지금 우주에 있는 허블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이용하는데, 이와 합성할 수도 있고요. 허블보다 멀리 지구와 달 사이 라그랑주 포인트(천체의 중력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고 정지해 있을 수 있는 점)에 올라가 적외선을 관측하게 될 제임스 웹 망원경과 협업할 수도 있을 겁니다.”  
  

 

 
블랙홀 속으로

 
사상 최초 블랙홀 관측 뉴스에 함께 오르내린 이름이 있죠. 바로 아인슈타인입니다. 가영 학생기자가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관련 있다고 들었다”며 “상대성이론은 무엇이고 블랙홀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물었어요. 이정규 관장은 종이에 돋보기를 하나 그렸습니다.
이번 블랙홀 관측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인슈타인 전시물과 포즈를 취한 김가영·김윤수·권소윤(왼쪽부터) 학생기자.

이번 블랙홀 관측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인슈타인 전시물과 포즈를 취한 김가영·김윤수·권소윤(왼쪽부터) 학생기자.

“빛이 돋보기를 지나면 휘어져 꺾이죠. 우주 저 멀리에 빛을 내는 광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빛은 온 사방으로 다 가는데, 그걸 지구에서 보려면 빛이 똑바로 지구까지 와야 해요. 만약 우주에 커다란 돋보기가 있어 빛이 여길 통과하면 휘어지겠죠. 그럼 지구에선 휘어진 빛을 보고 그쪽에서 온 빛이니까 그쪽 어딘가에 광원이 있겠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때 우주 돋보기는 유리로 만든 렌즈가 아니고 중력을 가진 천체가 그 역할을 해요. 상대성이론은 아주 무거운 게 있으면 그 중력이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것을 설명해요. 예를 들어 트램펄린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평평하지만 가운데 쇠공을 놓으면 쑥 들어가잖아요. 쇠공이 없을 때 구슬을 굴리면 직선으로 쭉 가겠지만, 눌렸을 때는 그 부근을 휘어서 지나갈 수 있고, 눌린 부분 안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죠. 무거운 천체 역시 그처럼 공간을 휘게 해서 빛이 가는 길을 바꿔놓는 걸 설명한 이론이에요. 그 현상이 이번에 관찰됐죠.”
설명을 듣던 윤수 학생기자가 의자의 쿠션을 누르며 말했어요. “이렇게 누르면 옆에 뒀던 연필이 이쪽으로 굴러떨어져요. 이런 거랑 같나요?” “그래요. 이때 누르는 손가락이나 쇠공을 질량을 가진 천체라고 보고 휘어진 면은 시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질의 중력 효과로 휘어진 시공간을 물리학 방정식으로 계산했죠. 이게 바로 1915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이에요.”
이정규(맨 오른쪽) 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규(맨 오른쪽) 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규 관장은 소중 학생기자단을 노원우주학교에 전시된 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 코너로 안내했어요. 지구에서 관측하는 별의 위치가 태양과 같은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죠. 지구와 별 사이에 놓인 태양 역할 돋보기를 올렸다 내리며 별이 보이고 안 보이는 걸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소윤 학생기자는 “이런 걸 어떻게 공식으로 푸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방정식 중 하나인 중력 방정식은 블랙홀의 존재를 밝혀내는 데 사용됐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풀이한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사건 지평선을 나타냈고, 블랙홀의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제시했죠.

 
고박사의 한 발짝 더- 일반 상대성이론

 
일반 상대성이론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했습니다. 어떤 물체가 존재하면 그 주변 시공간은 그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어지게 되는데 질량이 크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거죠.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과 두 탐험대는 개기일식을 통해 이 이론을 입증했어요. 아프리카 해안의 프린시페섬과 브라질의 소브랄로 원정을 떠난 에딩턴 탐험대는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 빛이 1.61초 휘는 것을 관측했고, 이는 오차 한계 내에서 아인슈타인의 예상과 같았습니다. 천체의 중력에 의해 더 먼 천체의 빛이 구부러지는 중력렌즈 현상은 1979년부터 관측됐죠. 상대성이론은 GPS 장치가 정확하게 위치를 계산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답니다.


 
만약 사건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소윤 학생기자와 같은 의문을 가진 친구들이 많을 텐데요. 이정규 관장은 “블랙홀의 내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을 시작했어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기에 관찰할 수 없는 영역이죠. 블랙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물리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이 아직 없어요. 다만 그 엄청난 중력을 받는 것에 대해 예상은 해볼 수 있어요. 중력은 거리에 반비례하는 힘이라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약하게 작용하죠. 지구에선 대기가 누르고, 중력이 당기고, 세포가 밀어내는 힘 등이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우주에선 중력이 약하죠. 우주인이 지구에서보다 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만약 발을 블랙홀 쪽으로 향해 뛰어든다면 발끝과 발목 사이에도 중력이 다르게 작용해요. 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요. 마치 스파게티처럼 아래부터 쭉 늘어나게 되죠. 하지만 블랙홀 밖에 있는 사람은 블랙홀에 뛰어든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 볼 수 없어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어도 들리지도 않고요.” 
이때 윤수 학생기자가 “영화 인터스텔라에선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어요”라고 덧붙였죠. “그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거예요. 블랙홀에 들어가면 곧바로 특이점으로 떨어져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이와 다르게 생각한 거죠. 지금 우리는 3차원에 시간을 더한 4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데, 양자중력이나 초끈이론 등 우주는 11차원이라는 이론이 있어요. 우리가 못 느끼는 방법으로 존재하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블랙홀을 이용한 거죠. 많은 SF 작품들이 이런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쓰였습니다.”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물질에 둘러싸여 있고, 제트를 분출하는 모습이다. [NASA/JPL-Caltech]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물질에 둘러싸여 있고, 제트를 분출하는 모습이다. [NASA/JPL-Caltech]

블랙홀은 1967년 존 휠러가 이름을 짓기까지 검은 별이나 얼어붙은 별 등으로 불리며 정확한 용어도 없었습니다. 1783년 영국의 과학자 존 미첼이 ‘별의 질량이 매우 커지면 중력이 매우 강해져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 이래 계속 외면받았죠. 1910년대 상대성이론 발표, 1930년대 오펜하이머·찬드라세카르 등의 과학자로 인해 잠시 주목받았으나 전쟁으로 연구가 중단됐고요. 1960년대에 와서야 여러 천체들이 관측되면서 블랙홀 또한 이론상이 아닌 실재하는 천체로 여겨지게 됩니다. 아직 블랙홀의 성질도 잘 이해하지 못한 단계죠. 이정규 관장은 “앞으로 여러분이 연구해 볼 게 많이 있다”며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소중 친구들을 격려했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세요.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책도 보고 영화도 보며 삶의 다른 영역도 잘 알아야 해요. 천문학의 언어인 물리는 조금 열심히 공부하고요.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블랙홀뿐 아니라 우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블랙홀에 대한 책은 여러 번 읽어봤지만 이렇게 자세히 파고든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관장님이 블랙홀을 찍은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유익했고, 블랙홀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블랙홀 안에 들어가면 스파게티처럼 늘어난다는 게 가장 신기했어요. 또 더 정확한 블랙홀 모양을 알 수 있는 방법도 놀라웠죠. 첫 취재라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많은 것을 알게 돼 즐거웠습니다.   
-권소윤(성남 초림초 5) 학생기자 
 
블랙홀이라는 어려운 주제라 긴장했지만, 배울 게 많았던 취재였어요. 먼저 천체투영실에서 이번 블랙홀이 처녀자리 어깨 부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정규 관장님께서 블랙홀의 기본적인 부분부터 제 궁금증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고요. 이번 블랙홀 사진을 2년간 200명의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만든 점이 가장 신기했어요. M87을 관측한 이유가 크고 활발하고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나 되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재미있었죠. 또, 블랙홀에 들어가면 몸이 늘어나는 이유가 지구는 발부터 머리끝까지 중력의 차이가 다를 것이 없지만 블랙홀은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죠.   
-김가영(용인 신봉초 5) 학생기자 
 
우주과학자가 장래희망인 저에게 이번 취재는 매우 좋은 경험이었어요. 노원우주학교 관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블랙홀과 우주과학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됐죠. 관장님과의 대화에서는 블랙홀의 성질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고, 전시 중에서는 중력렌즈 효과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았죠. 노원우주학교는 처음 가봤는데 재미있고 알찬 전시들이 많았어요. 관장님이 추천하신 영화 '컨택트'를 다시 보고, 책 '코스모스'를 끝까지 읽어볼 계획이에요.   
-김윤수(경기도 내정초 4) 학생기자 


[출처: 중앙일보] [소년중앙] 상상 너머 실제 블랙홀 통해 본 강력한 중력의 힘